스웨덴의 대표 통신 장비 기업 에릭슨은 2025년 들어 다시 한번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ADR 종목 에릭슨 B(티커 ERIC)는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매출이 오히려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과 현금 흐름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발표된 실적을 중심으로 에릭슨의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 그리고 투자 시 유의해야 할 포인트를 자세히 살펴본다.
에릭슨의 2025년 3분기 매출은 약 562억 크로나로 전년 대비 9퍼센트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 효율화와 비용 절감 덕분에 조정 EBITA 마진이 28퍼센트 수준으로 상승했고, 순현금은 518억 크로나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한 결과,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14퍼센트 이상 급등하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번 실적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총이익률이 48퍼센트까지 상승했다는 점이다.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고수익 제품 비중이 늘어나고, 지식재산권(IPR) 수익이 강화된 덕분이다. 에릭슨은 네트워크 장비뿐 아니라 특허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5G와 클라우드, 오픈랜(Open RAN) 기술은 회사의 미래 성장 전략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에릭슨은 전 세계 주요 통신사들과 협력하며 5G 구축을 넘어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크 관리 솔루션까지 확장하고 있다. 향후 6G 시대를 대비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형 네트워크 구조를 구축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한 장비 공급업체에서 기술 중심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기적 매출 성장률이 여전히 마이너스 2퍼센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성장이 정체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요 둔화와 환율 변동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화웨이, 노키아, 시스코 등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가격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역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재무 구조를 보면 단기적으로 자유현금흐름이 줄어든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3분기 기준 자유현금흐름은 약 66억 크로나로 전년 대비 49퍼센트 감소했다. 이는 일시적인 프로젝트 투자와 운전자본 확대 영향으로 해석되지만, 단기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순현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재무 안정성은 오히려 강화된 상태다. 향후 비용 효율화가 지속된다면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정책 강화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릭슨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5G 네트워크 구축이 진행 중이며,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과 오픈랜 기술이 상용화되면 시장 내 입지는 더 공고해질 것이다. 특히 특허(IPR) 수익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이 되고 있어 변동성이 큰 장비 매출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수익 구조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은 장기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결국 에릭슨은 매출 성장보다 이익률 개선을 통해 체질을 바꾸고 있는 기업이다. 매출 감소라는 단기적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마진 개선과 기술 경쟁력 강화라는 질적 성장의 신호가 뚜렷하다. 투자자는 매출이 언제 반등할지, 이익률 개선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환율과 지역별 시장 수요, 오픈랜 채택 속도 같은 외부 변수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2025년 현재 에릭슨은 안정적인 재무 기반 위에서 기술적 전환을 추진하는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조정 국면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6G 시대를 향한 통신 인프라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매출보다 질적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구조 개선이 실제로 결실을 맺는다면, 에릭슨은 다시 한 번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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